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법적·절차적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선 “이대로 가면 어떤 결론이 나든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에 나섰지만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있느냐는 적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런 공수처는 6일엔 체포 영장 집행 문제를 두고 경찰에 일임했다가 거부당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신 없으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반발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일으킨 논란을 볼 때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양측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전날 밤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경찰에 발송했다. 그러나 다음날 경찰이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거부하자 기존 입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철회 이유와 관련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이날 보인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수처가 오히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도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보수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라고 규정하고 탄핵소추를 밀어붙였다. 그래 놓고 헌재의 탄핵 심판이 시작되자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사기 탄핵’이란 게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주장이다. 현 여권에선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탄핵소추한 것도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빼고 위헌성만 심리하려는 건 탄핵 재판 기간을 줄여 조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에선 의심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헌재를 찾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을 보면 ‘내란’이 38번 나온다”며 “내란죄를 빼면 탄핵소추는 성립이 안 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 등은 우원식 국회의장도 찾아가 탄핵소추위원단의 내란죄 철회 방침에 항의하면서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면담 과정에서 우 의장이 “(내란죄 철회는) 중요한 상황 변경이 아니다”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함을 치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 사이에서도 “내란죄 철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처사”라며 “만약 (탄핵 사유를) 바꾼다면 (국회) 재의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는 김상욱 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헌재에서 내란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내란죄는 가장 핵심인데 이걸 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내란 행위에 형법 위반, 즉 내란죄 성립 여부가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받겠다는 것일 뿐이지 내란 행위가 소추 내용에서 빠진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탄핵소추안을 애초에 잘못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내란죄 삭제’와 관련, “국회 재의결은 필요 없다”면서도 “내란죄의 성립 여부라고 하는 것은 야당 의원들의 법적 평가인 것인데,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굳이 안 써도 되는 불필요한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