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처리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재의를 요구한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안’이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민주당은 재표결에서 두 법안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한 국민의힘을 ‘내란 공범’이라 규정하고 특검 도입이 관철될 때까지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으로 이뤄진 이날 재표결에서 내란 특검법은 총 300표 중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김건희 특검법은 300표 가운데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정부가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재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이날 재표결에서 범야권 의원 19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에서 각각 6표(내란특검법)와 4표(김건희특검법)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외환(外患) 혐의를 추가한 더 강력한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일련의 행위와 관련한 내란 지휘 의혹과 서울동부구치소 정치인·언론인 수감 준비 의혹, 국회 중무장 계엄군 투입, 국회의원 표결 방해 의혹 등 기존 내란 특검법안 수사 범위에 ‘외환 유치죄’까지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외환 유치는 적국을 도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대남 군사 공격을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설 전 재의결을 목표로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쌍특검법 재표결 때 종전 ‘부결’ 당론을 유지했다. 다만 민주당이 쌍특검 재발의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수정안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번에는) 기존의 위헌·위법성이 그대로라서 당론 부결을 유지했다”면서도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날 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있었다. 부결 후 (수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독소조항을 제외한 법안을 제안하는 안까지 포함해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특검 추천권 등 일부 조항은 수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인 ‘명태균 의혹’ 등을 제외해 특검 도입을 관철하자는 말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금까지 네 번 재표결에 부쳐져 부결·폐기됐다.
이날 재표결에선 이른바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부결·폐기됐다. 이 법안들은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이다. 농업 4법은 남은 쌀을 국가 재정으로 사들이고, 쌀·채소·과일 등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손해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일부 농민단체의 요구만 들어준 정치 포퓰리즘”이라 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요구하면 개인 정보나 영업 비밀도 제출하게 하고,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가 예산안·세법 협상을 기한 내 마치지 못했을 때 정부 세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 제도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