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내란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곧바로 ‘제삼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내용으로 수정한 내란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내란 특검법안은 국민의힘 반대에 가로막혀 2표 차로 부결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해 온 ‘야당 특검 추천’ 조항을 제삼자 추천으로 변경하는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대선 기간 내내 내란 특검 정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 후 내란 특검법 재발의 방침을 밝히며 “(특검) 추천 방식은 제삼자 추천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여당 의원들도 제삼자 추천을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었으니 이 법안은 당연히 압도적으로 가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9일 특검 후보를 여야가 아닌 제삼자가 추천하는 쪽으로 수정한 특검 법안을 다시 발의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는 14일 혹은 1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해 온 야당 특검 추천권 독점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으니 국민의힘도 동의하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독소 조항’이라고 반대해 온 야당의 추천 특검 후보 비토권, 수사 대상·기간 문제를 수정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우선 특검 후보 추천을 제삼자가 하게 하더라도, 야당이 추천된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할 경우 국민의힘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민주당 일부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에선 야당의 비토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내란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국회 군인 투입 지시 경위와 국회의원 체포 지시 의혹, 계엄 사령관 임명 과정 등 14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는 사실상 별건(別件) 수사 길을 열어둔 것이라며 반대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기존 수사 대상에 외환(外患) 혐의까지 포함해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민의힘의 반발이 예상된다.
수사 기간도 논란거리다. 기존 내란 특검 법안 제9조에 따르면,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90일간 수사를 진행하고,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30일 연장할 수 있다. 또 대통령 승인을 받아 추가로 30일 연장이 가능해 최장 170일간 수사할 수 있다. 만약 특검이 내달 중으로 출범할 경우 최장 오는 7월까지 내란 관련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주요 계엄군 참여 장성들을 구속하고 일부에 대해선 기소까지 마쳐 사실상 윤 대통령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수사 기간이 6개월 가까이 보장되는 별도 특검을 도입하겠다며 제삼자 추천 방식을 들고나온 것은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치러질 조기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이 내란 혐의 관련자들을 줄소환하고 관련 수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질 경우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내내 내란 프레임에서 허우적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기존 내란 특검 법안에서 특검 측이 수사 과정에 관해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게 했다. 조기 대선 기간 내내 내란 수사 이슈로 국민의힘 진영을 코너에 몰아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당론으로 반대하더라도 국민의힘이나 최상목 권한대행 저지선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의 특검 추천권 독점 문제 외에도 “특검 제도의 보충성, 예외성 원칙 훼손, 과도한 수사 인력과 수사 기간 등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대행이 특검 추천 규정을 수정한 민주당 특검 법안을 두 번 연속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설령 최 대행이 거듭 거부권을 행사해도 민주당은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단일 대오를 허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12일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이 통과할 때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날 재표결 때는 6명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2표만 더 나오면 재표결에서도 가결될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해도 특검 추천권 문제가 해소되면 이탈 표가 늘어나 특검법이 충분히 통과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