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내란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외환(外患) 혐의를 수사 대상에 추가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지난 9일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에서 정부의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등을 ‘외환 행위’라며 수사 대상에 추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등이 전쟁을 유발하려 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정책 전반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라며 종전 내란 특검법 때보다 더 강하게 반발했다. 내란 특검법안을 둘러싼 위헌 논쟁이 안보 논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민주당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은 12일 “내란 특검법을 속히 시행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정원, 드론작전사령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1997년 총풍 사건은 미수에 그친 선거용 기획에 불과했지만, 윤석열의 북풍 공작은 전쟁을 유발하려는 것이었다”며 “외환을 유치해 그것을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승찬 의원은 “무인기 침투, 대북 전단,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등 정상적 작전 수행이 아닌 흔적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안보를 내팽개친 ‘매국적 특검법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대북 확성기 가동은 우리 정부가 먼저 취한 조치가 아니라 오물 풍선 등 북한의 도발 대응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북한이 도발해도 아무 대응도 하지 말고 그대로 당해야 하느냐”고 했다. 박형수 원내 수석 부대표는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와 군의 모든 노력을 외환죄로 단죄해 군의 손발을 묶어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안에는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수사 대상으로 적시됐다. 법안 이름도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 진상 규명 특검법’으로 바뀌었다.

◇위헌 논쟁이 안보 논쟁으로 번져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 ‘오물 풍선’ 같은 메모가 발견된 걸 계기로 외환 유치 의혹을 본격 제기해왔다. 일각에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합참 지휘부에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 메모 내용을 그의 개인 생각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도 김 전 장관이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나오면 규명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대북 안보 정책 전반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외환 유치 의도로 의심하는 대북 확성기 가동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도발에 맞대응 차원에서 재개한 것이란 게 군의 설명이다. 오히려 작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대대적으로 남쪽으로 날려 보낼 때 민주당에선 정부에 강경 대응을 요구했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작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전방 지역에선 (풍선) 요격이 가능한데, 정부가 황당한 것이 총 한 발을 못 쐈다”며 “군사적 대응 조치를 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었다”고 했다. 허영 의원은 작년 8월 국회 국방위에서 “헬기를 띄워 비무장지대 내에서 격추할 수단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특검 수사 대상으로 추가한 ‘해외 분쟁 지역 파병’은 ‘우크라이나 파병 의혹’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야당에서 말하는 파병이라는 게 ‘전훈(戰訓) 분석단’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파병이 아니고 이마저도 군에서는 파견한 일은 없다”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야당 특검법에 대한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군사기밀 등에 무제한적 압수·수색을 허용하면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여러 우려 요소가 있다”며 “수사 대상과 무관한 다수의 국가 기밀 유출 위험이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따른 수정 문구로 ‘수사 대상과 무관한 국가기밀을 지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우연히 압수한 경우 즉시 반환하고, 사본은 폐기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외환죄(外患罪)

외국과 모의하여 대한민국에 맞서는 범죄. 외국이 대한민국에 적대적 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일반 이적)에, 적국을 도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