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30분 전 자신 비판한 이재명과 ‘냉랭한 악수’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13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가짜 뉴스에 기생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민주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퇴치하겠다”며 “카톡이 무슨 성역이냐”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일반인도 내란 선동으로 고발’ 방침을 밝힌 뒤 ‘카톡 검열’ ‘민주당판 입틀막’ 논란이 벌어졌지만, 이 대표가 이를 직접 거론하며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향해선 “대한민국 불안정의 주범”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지지층을 겨냥한 강공 발언을 쏟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엉터리 가짜 정보로 주권자들의 판단이 흐려지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진다”며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가짜 뉴스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뻔뻔스럽게 가짜 뉴스를 유포하면서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니 마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반격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 허위조작감시단 소속 전용기 의원이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카톡 검열’ 공세를 펴자 이를 직접 반박한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기 ‘피해 사례’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재명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공산당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몇 명을 죽였다느니, 담배 대금을 떼어먹고 도망을 갔다느니, (내가) 어릴 때 성폭행을 해서 감옥을 갔다 왔다느니 하는 것을 카톡방에 뻔뻔스럽게 뿌리고 있지 않나”라며 “카톡이 무슨 성역인가”라고 했다. 실제 카카오톡을 통해 ‘이재명은 성범죄 사건으로 중학교 퇴학을 당한 소년원 출신’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런 주장을 한 유튜버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가 인정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소년원’ ‘이재명 부친은 살인자’ 같은 가짜 뉴스 유포자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카톡 가짜 뉴스 근절’ 공론화를 두고 “이재명 대표 중심의 조기 대선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민주당이 이 대표를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권발 네거티브와 관련해 사전 경고에 나선 것 같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다른 인사들보다 큰 이유는 각종 가짜 뉴스 때문”이라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상목 대행에게도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최 대행을 만나기 30여 분 전 최고위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일 주범이 바로 최상목 대행”이라며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쓸데없이 국회에 여야가 합의하라는 둥 그런 월권적 위헌적 행위는 그만하라”고 했다. 최 대행이 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통과시킨 내란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를 주문한 일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최 대행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경찰이 집행하는 것을 무력으로 저항하는 사태를 막는 것이 권한대행의 제일 중요한 일”이라며 “범인 잡는데 저항할까 봐 잡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좀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내에선 당이 주도하는 강성 법안들이 번번이 폐기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도 감지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가 보이자, 그간 민주당의 ‘줄탄핵’ 강공 전략이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부른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잖다. 최 대행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 의원과 지지층 내에서 쌓이고 있지만 쉽사리 최 대행 탄핵 소추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대표 측은 “탄핵 카드를 쓰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선 최 대행에게 강온 양면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