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곧바로 경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탄핵에 찬반으로 갈라진 지지층 유권자 지형을 염두에 두고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본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승부까지 감안하면서 중도층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출마와 단체장 경력 등 지명도 있는 주자가 적잖아 경선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탄핵 여파를 수습하고 대선 전열을 가다듬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가나다순) 등이 대선 경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까지는 김 장관 지지도가 다른 주자들을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김 장관과 다른 주자들 간의 격차가 오차 범위 안으로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윤상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등의 경선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명 대표 일강(一强) 체제가 구축된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후보군이 넓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말쯤 경선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일정과 규칙은 경선관리위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 때는 현 국민의힘 진영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당됐고 두 당은 각각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냈다. 반면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독자 대선 레이스에 나설 인사는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보수 진영이 국민의힘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 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보수·진보 진영 맞대결 구도가 강화하면 국민의힘 후보와 이 의원 간 연대·연합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41%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런데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8%) 득표율 합은 52%에 달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수 진영 후보들이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지지표가 갈린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 학습 효과 등으로 인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보수 진영이 분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관건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찬반 대립을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어떻게 통합해 결집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상당수 보수 성향 유권자가 탄핵 반대로 결집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경선은 물론 본선 과정에서도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 소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섰던 주자(안철수·오세훈·유승민·한동훈)들과 탄핵 반대를 고수한 주자(김문수·홍준표)들이 합종연횡하느냐, 아니면 서로를 공격하는 자해적 경선에 나서느냐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본선에선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을 뛰어넘어 미래를 이야기하는 선거가 되어야 민주당 후보와 대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