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8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도전을 맞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69주년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 연설에서 “현재 조직적·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가짜 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反)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을 찾은 것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 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 선언 합창이었고, 적(敵)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한 가짜 평화 주장이었다”고 했다. 또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것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하면서 종전 선언을 추진해 국가 정체성을 흔든 것은 물론, 이들과 ‘돈과 자리’로 엮인 이권 카르텔이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에 놓이게 했다는 인식을 대통령이 밝힌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한국 내 반(反)자유주의 세력에 맞서 체제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는 얘기다. 자유총연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를 내건 사단법인으로 32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4년만에 창립 기념식 참석 - 윤석열(앞줄 오른쪽)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69주년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입장하며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을 찾아 작심한 듯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가 정체성 부정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문재인 정권이 내걸었던 남북 대화 지상주의와 종전 선언 추진을 ‘허황된 가짜 평화’라고 규정하는 한편 허위 선동과 가짜 뉴스, 괴담 유포 등으로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세력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과거 정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금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전 정권 집권 세력에 맞서 체제 수호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자유총연맹은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출발한 사단법인으로 320만 회원과 전국 220여 개 지회(支會)를 보유한 국내 최대 보수 단체다. 그럼에도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기념식을 찾은 이후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념식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사랑을 가진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체제와 국가 정체성 수호를 위한 싸움에 나설 테니 나를 따라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연설 때 행사장을 매운 청중들은 16차례 박수와 함께 ‘윤석열’을 외치며 호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현 당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 등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총연맹은 6·25 직후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안보 수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결성됐다”며 “공산 세력의 침략에 맞서 피로써 지켜낸 자유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힘써 왔고 연맹 회원들의 노력이 모여 자유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과 번영을 이뤄냈다”고 했다. 그 결과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전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했고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당시를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가 치명적으로 흔들린 상황이었다”고 진단하면서 취임 후 북핵 위협과 도발 억제를 위한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복원, 자유민주 진영과 가치 연대 외교 성과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의 외교는 국제 규범을 존중하는 5대양 6대주의 모든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 외교로 발돋움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권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문 정권의 대북·대중 노선을 ‘굴종 외교’라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反)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엔 역사관·국가관·안보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역할 및 비전을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자유총연맹 회원 여러분의 용기와 열정을 기대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집권 후 드러난 각종 간첩 사건과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사용 사례, 이른바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 등을 보면서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는 세력이 이권 카르텔로 연결돼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한국 사회가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세력전(戰) 와중이란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구대원 자유총연맹 부산광역시지부 부회장 등 18명에게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