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월 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1일 네덜란드 방문은 1961년 양국 수교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국빈 방문이다. 하지만 정가에선 “전용기에 오르는 윤 대통령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윤 대통령 앞에 놓인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가 지난 7일 발표한 공동 전국 지표 조사(NBS)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2%였다.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2주 전인 지난달 26일 영국 국빈 방문 등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외교 활동 뒤 지지율이 일정 정도 상승하는 ‘순방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엔 엑스포 탈락 여파도 있다”면서도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워싱턴 선언 등 윤 대통령의 성공적 외교 성과가 지지율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점엔 분명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경제 복합 위기 속에 공급망 등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상 외교 필요성이 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했고 4월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한미 동맹을 강화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미국을 다시 방문해 한·미·일 3국 정상 회의를 열며 3국 협력 강화 모멘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20국(G20) 등 다자 협력체 정상 회의에 참석할 필요성도 컸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래픽=정인성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방문을 포함해 취임 후 20개월 차가 되는 이달까지 총 16차례(올해 13차례) 해외 방문을 한다. 같은 기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6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15차례 해외를 다녀왔다. 사실상 과거와 비슷한데도 야당은 “해외 순방이 너무 잦다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방문에 책정된 예산 249억원을 다 쓰고 예비비 329억원까지 추가로 끌어쓴 점을 공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하고 장관 7명(방송통신위원장 포함)을 새로 지명하는 개각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연말 대여(對與) 총공세에 맞서 진용을 정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명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을 연말 국회에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여권에선 “정치 공세”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론한다. 하지만 최근 김 여사 관련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지는 등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거론되면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모두 동행해왔는데 영국 국빈 방문 때처럼 이번 국빈 방문 때도 화려한 의전이 예정돼 있다. 여권에선 “국익 외교의 본질보다 여사를 둘러싼 가십거리가 부각되면서 부담되는 측면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