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며 환송 인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대를 찾아 한국과 일본 재학생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015년 강연 형식으로 서울대 학생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현직 일본 총리 중엔 기시다 총리가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대에서 “차세대를 짊어질 학생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또 “한일 교류로 얻은 배움, 친구와 우정은 미래 한일관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1박 2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해 이날 오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서울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일본 방문 당시 게이오대에서 학생들과 만난 바 있다. 이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와세다대 강연 이후 30년 만의 한국 현직 대통령의 일본 대학 강연이었다.

기시다 총리 부인 유코 여사의 경우 전날 하이브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 스페이스를 찾았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유코 여사는 미술관 설립 경위와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후지시로 작품을 감상했다. 후지시로는 올해 100세를 맞은 그림자 회화 작가로, 일본에서 가게에(影繪)로 불리는 그림자 회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 같은 조명 필름을 붙이고 그 뒤에서 빛을 비추는 장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 정상 회담에서 ‘사전 입국 심사제’ 도입 추진 등 양국 교류·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사전 입국 심사제는 출국 심사 때 상대국 입국 심사를 함께 받아 도착 후 전용 출구를 이용해 편리하게 입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 맞춰 시작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12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대해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 양국의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영훈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글로벌 신냉전이 격화되고 공급망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일본과의 안보·경제 협력은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했다. 송 대변인은 “이달 말 일본 총리가 바뀌더라도 한·일 관계가 굳건하고 더욱 발전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퍼주기 외교를 성과를 둔갑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아한 정상의 악수 뒤에서 이뤄지는 치열한 외교전을 모르는 아마추어 대통령의 공상적 외교는 호구 외교, 굴종 외교로 귀결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한일 ‘사전입국 심사제’ 도입에 대해 “일본의 공황 포화 상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했다. 또 일본 강제동원 희생자들이 탑승했다 침몰한 ‘우카시마 승선자 명부 제공’에 대해선 “강제동원 누락으로 논란이 된 사도광산 조선인 희생자 명부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