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7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협상의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란 말에서 ‘비핵화‘를 ‘평화(Peace)’로 바꿔 ‘CVIP’란 표현을 쓴 것이다. 비핵화보다는 남북 교류·협력을 우선시하는 이 장관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장관은 이날 통일부 주최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남과 북은 호혜적 협력을 통해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 새로운 시작에 화답하는 북측의 목소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장관이 북핵 협상 목표인 CVID 를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바꿔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이나 국제사회에 한국이 비핵화를 경시(輕視)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화’는 북한이 핵무장, 주한미군 철수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전용으로 갖다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CVIP 표현은) 분단 구조를 허물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발전으로 견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 관계는 냉전 동맹’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미 국무부가 반박성 입장을 낸 데 대해 “한미 동맹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 동맹으로 진화할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이날 같은 포럼에서 “왜 (미국) 국무부가 비판적인 논평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리 이인영 장관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위한 동맹이란 게 상당히 의미가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현 정부 주요 장관과 대통령 특보가 한미 동맹을 냉전 시대의 전유물로 평가 절하하고 이에 대한 국무부의 반응을 ‘색안경‘이란 부정적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악화하는 한미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 시각)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수혁 주미 대사의 최근 발언에 대한 본지의 논평 요청에도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며 “우리의 (한·미)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