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오른쪽) 외교부 1차관이 10일(현지시각) 스티븐 비건(왼쪽) 국무부 부장관을 워싱턴D.C.에서 만나 양자 협의를 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한 뒤 “신설하는 데 (한·미 양국이) 공감했다”고 밝힌 외교부 국장급 실무협의체 ‘동맹대화’에 대해 미 국무부는 “(신설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각) 한·미관계 소식통은 “미국 측은 새로운 대화에 동의한 적 없다”며 “아마도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이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내놓은 ‘성과’가 양국 간에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이날 미 국무부가 비건 부장관과 최종건 차관의 면담 관련해 발표한 결과 자료에도 ‘동맹대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미국 측은 “(비건) 부장관과 (최) 차관은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논의하고, 한·미 동맹이 견고한 힘을 재확인하며, 다가오는 수 세기 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힘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기존의 한·미 간 협의체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협의체를 만들자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 간 남북 협력, 제재 면제 문제를 논의하는 매커니즘인 ‘워킹그룹’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비건 부장관이 대북특별대표였던 2018년 11월 주도해 만들었으나, 작년부터 정부·여권에서 남북 관계를 제약한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까지도 워킹그룹 재조정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또한 한·미·일 3자 협의체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은 지난달 29일 괌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모이는 3자 회담을 열려고 추진했으나, 한국 측이 응하지 않아 미·일 양국 회담으로 열렸다. 한·미 간의 고위급 주요 협의체인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이 상시 협의를 기본으로 하는 국장급에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