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페이스북 배경화면. /조선일보 DB

외교부가 22일 공식 SNS 계정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왕(王) 차관이 아니다’는 주장의 포스터를 제작해 게재했다.

청와대 비서관을 하다 지난달 외교부 1차관에 전격 임명된 최 차관은 현 정부에서 각광받는 ‘연정(연세대 정외과) 라인’ ‘자주파’에 모두 속해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 ‘왕차관’으로 불린다.

외교부는 이날 SNS에 “국장이 동행하면 ‘왕차관’이라고요?”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올리고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최 차관이

①대학교수를 하다 현 정부에 기용된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인 점

②비외시 출신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1차관이 된 점

③취임 한 달 만에 한국 주재 미·중·일 대사를 잇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한 점

④차관 보좌관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전례 없는 조치를 한 점

⑤방미 시 심의관(부국장)급이 아닌 국장을 대동한 점

⑥외교부 과장급 나이(40대 중반)의 차관이 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언론이 최근 외교부 내부와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실세 차관’ ‘왕차관’이라고 한 데 대해 국장 대동 부분만 쏙 뽑아 반박 주장을 편 것이다. 다른 사항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었다.

외교부가 22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린 포스터. /조선일보

외교부는 이 포스터에서 “차관 출장 시 부국장급(심의관)이 수행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면서 “관행을 봐도 차관 방미를 북미국장이 수행한 경우가 부국장급 수행 경우보다 오히려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제1차관이 방미한 경우는 모두 13차례인데, 그 중 북미국장이 수행한 경우가 8번”이라며 “절반이 훌쩍 넘는 비율”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또 “차관이 주요 국가를 방문할 때, 또는 중요한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 담당 국장이 수행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면서 “국익의 관점에서도, 민감한 외교 현안이 많을수록 실무를 책임지는 국장이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끝맺음을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포스터에서 ‘국장 대동 논란’ 외에 보좌관을 전례 없이 2명으로 늘린 점 등 최소 5개에 이르는 ‘왕차관’ 평가 근거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공식 입장으로 왜 최 차관 개인을 위한 해명을 해주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국민 세금이 쓰이는 정부의 공공외교 콘텐츠 제작에 최 차관 개인 해명을 포스터로 별도 제작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이날 ‘대한민국 외교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 포스터가 게재되자 이를 자신의 개인 SNS 계정에 가져가 공유하고 유포했다. 최 차관의 개인 해명을 외교부 조직 인력과 재정을 동원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각에선 “잦아드는 ‘왕차관 논란’에 대해 외교부가 뒤늦게 이상한 형태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도 “외교부가 오히려 ‘왕차관 설화’에 논란의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이런 부분적 해명에 급급하기 보다는 외교부 안팎에서 최 차관의 행보와 관련된 잦은 설화가 생기는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관 언론보도 해명에 포스터까지 만들고 부처 공식 페이스북까지 활용될 정도로 이 사안이 심각하고 엄중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외교부는 정작 해당 보도에 대한 의원실 자료 요구에는 답변 조차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 외통위 관계자는 외교부 측에 지난 5년간 차관 방미시 국장 대동 사례에 대한 자료를 수일 전 제출할 것을 주문했지만 이날까지 받지 못했다.

외통위 관계자는 “'왕차관 논란'은 실력과 성과로 잠재우면 그만”이라면서 “각종 논란 대응하기 위해 차관 보좌관을 2명이나 뽑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포스터 제작은 최 차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질문하는 기자를 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