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서한을 받은 지 사흘 만인 지난 19일 답신했다고 청와대가 21일 밝혔다. 스가 총리는 답신에서 문 대통령의 축하 서한에 감사를 표하며 “한·일 양국이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스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미래지향적 일·한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답신에 담았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한·일 정상 간 만남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맞춰 지난 16일 보낸 축하 서한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언급에 즉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스가 총리는 취임 후 한국에 대해 유화 메시지보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최신호(10월호) 기고문에서 “일·한 양국이 2015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했지만 한국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제로(0)’가 아니었다”며 “그래서 미국이 이 합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내도록 외교 루트로 조정해서 ‘증인’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미국을 ‘증인’으로 내세워 환영 성명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합의의 지속을 위해 미·일이 긴밀하게 공조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또 “이렇게 ‘성 밖의 해자(垓字)를 메우는 외교’가 때로는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일·한 관계가 이렇게 빨리 이상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본과 한국 중 어느 쪽이 골포스트를 움직이고 있는지 ‘증인’인 미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를 ‘전후 최악’으로 만든 책임이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 쪽에 있다는 데 미·일이 인식을 같이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할 경우 미국이 한국 압박에 나서게 외교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스가 총리 역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