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24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것에 대해 “월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정보 분석 결과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 이탈 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해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으로 미루어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평도 주민과 유족들은 A씨의 월북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날 인청해양경찰서 신동삼 서장은 브리핑에서 “어업지도선의 CCTV는 17일까지 정상 작동이 됐으나 18일 고장이 난 것으로 파악됐으며, 내구 연한이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의 휴대전화 및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CCTV 고의 훼손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군 고위 관계자는 A씨의 월북 가능성을 거론하며 몇 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그는 “A씨가 착용한 구명조끼는 어업지도선에 원래 비치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어업지도선에는 총 85개의 구명조끼가 있는데 A씨 실종 이후에도 사라진 구명조끼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은 정보 자산을 통해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고 파악했는데, 군의 판단이 맞는다면 이는 미리 구명조끼를 준비해뒀다는 뜻이다.
A씨가 북한에 발견될 당시 타고 있었던 부유물은 ‘튜브’로 알려졌다. 이틀가량 물속에 있던 A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지 않았던 건 튜브를 이용해 몸의 상당 부분을 수면 밖으로 꺼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군은 “A씨가 공무원이 되기 전 이 지역에서 선장을 한 경력이 있고, 해류를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연평도 주변 조류(潮流)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황해남도 등산곶 방면으로 향한다. 실제로 A씨도 실종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
하지만 이런 정황만으로 A씨의 월북을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이 지역 바다를 잘 아는 연평도 주민들은 “헤엄쳐 가는 식의 월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평도 주민 김모(69)씨는 “실종 당일인 21일 새벽 물때는 ‘허리사리’라 불리는 강한 밀물이었는데, 허리사리 때는 물살이 강해 엔진이 달린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바다에 나가기 어렵다"며 “나룻배도 뒤집히기 십상인 물살인데 사람이 부유물 하나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갈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또 “월북을 했다면 NLL을 통과했다는 말인데, NLL 인근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 눈에 띄지 않은 점도 의아하다”고 했다. A씨가 실종 현장에서 38㎞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의구점으로 지적됐다. NLL에는 북한과 가까운 다른 지역도 많은데 38㎞ 떨어진 곳까지 표류해 가는 어려운 길을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A씨가 탈북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A씨가 속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직원은 “A씨는 평범한 40대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