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총살 사건과 관련,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메시지가 담긴 통지문을 보내온 데 대해 화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 A씨 실종 엿새 만에 처음으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한 북한의 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북측에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며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만 했다. 유족이나 국민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북한이 이날 우리 군의 시신 수색 작업을 ‘영해 침범’이라며 “엄중 경고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후 10시간 만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북한의 25일 통지문 내용만 언급하며 “긍정 평가한다”고 했다.

북한의 ‘말뿐인 사과’만 부각시키면서, 북한에 해야 할 말은 전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 공동 조사를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 차장은 특히 북측 해역 공동 조사 등은 언급하지 않고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A씨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고속정 등 함정 39척과 항공기 6대를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 24일 “북측이 ‘상부 지시’로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북측이 “부유물을 소각한 것”이라고 하자, 불태웠다는 시신을 찾겠다고 수색 장비를 총출동시킨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정작 A씨를 구조해야 할 때는 아무 조치도 안 했던 정부가 북한이 ‘시신을 안 태웠다’고 한마디 하자 기존 ‘소각’ 주장을 뒤집고 대대적 시신 찾기를 하고 있다” “공동 조사까지 북에 제안한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