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재건축해 임대 사업을 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씨는 재건축할 경우 절세(節稅)를 위한 여러 시나리오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대학에서 퇴임한 후인 2016년 10월 한 건설사 대표에게 다세대주택 또는 빌라 형태의 집에 대한 설계를 의뢰했다. 건물을 설계할 부지는 이씨가 소유한 연희동 단독주택(217.57㎡)과 마당에 해당하는 임야(301㎡)였다. 이씨는 부친 때부터 50년 넘게 이 집에 실거주 중이었다. 이씨는 “우리 땅의 현재 가치와 건축했을 때의 포텐셜(잠재적) 가치, 그리고 어떻게 은행에서 다양한 돈을 빌려서 건설을 할 수 있는지를 (건설사 대표가) 설명해줬다”고 했다. 이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판매와 임대가 가능한 공동주택을 짓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듬해 1월에는 “고급 2베드룸을 지향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며 블로그에 설계 시안(試案)을 공개했다. 이씨는 한 건설사 사장과 면담한 사실도 밝히면서 “다음 정권 정도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음”이라고도 했다. 이씨는 아내가 외교 장관에 취임한 직후인 2017년 8월, 주택 건축 추진 시 절세 방법에 대해 세무사 안내를 받았던 사실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이씨는 “애들에 대한 증여를 혼합시킬 수 있다고 세무사가 아이디어를 줬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약 3개월에 거쳐 설계한 후에 내년 초에 건축 자금 대출과 증여와 신축에 관련된 허가를 받고 신축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본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의 구상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환수하고, 다주택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25일, 이씨는 공시지가 8억원이 넘는 연희동 임야 301㎡(약 91평)를 장녀(37)·차녀(33)·장남(32) 세 자녀에게 각각 100㎡씩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