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미⋅중 갈등에 대한 종합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신설한 외교부 전략조정지원반에서 지난 1년간 생산한 기밀문서가 1건인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이 문서마저도 미⋅중 갈등이 아닌 코로나 관련 외교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정부를 향한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 협력 요청이 계속되고 중국의 반발이 노골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우리 외교의 중대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전담 조직에선 유의미한 보고서 하나 쓰지 않은 것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는 “사실상 외교부가 미⋅중 갈등 문제에 책임 있게 관여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외교부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략조정지원반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작성한 기밀문서는 지난 4월 ‘대변환 시대(포스트 코로나)의 스마트 외교 추진 방향’이란 제목의 보고서 1건이 전부였다. 무역·기술 분쟁 등 미⋅중 갈등 현안과 관련한 동향을 다룬 보고서나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는 없었다. 나머지는 정책 연구 용역(6건) 추진 관련 서류, 원고료 지급서, 출장 요청서 등이었다. 인원 7명 수준인 전략조정지원반의 올해 예산은 14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전략조정지원반은 지난해 5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지시로 신설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창설 취지에 걸맞은 성과물을 하나도 내지 못한 것이다. 외교부는 “역량이 부족했다”며 “전략조정지원반의 주된 역할은 회의 개최에 그쳐 문서 생성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태규 의원은 “현재 외교부가 청와대의 메신저 역할에 머물러 있고, 외교 전략 기능은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범정부 차원의 ‘토탈 디플로머시(종합·복합 외교)’ 전략으로 미⋅중 갈등 상황에 대응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