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귀국한 사실이 지난 1년 3개월간 철저히 비공개되다가 6일 언론 보도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정부는 고위 탈북자가 귀국하면 각종 조사 과정을 거친 뒤 신변 안전 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 사실을 일정 기간 비공개한다”면서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 사실이 왜 이렇게 뒤늦은 시점에 공개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귀국이 그간 비공개 처리된 데는 그가 현재 북한으로 송환된 딸의 안위를 걱정해 공개를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로마에서 아내는 데리고 나왔지만, 그의 딸은 챙겨 나오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의 망명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딸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조 전 대사대리가 정보 당국에 한국 도착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악화 일로에 빠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 전 대사 부부의 귀국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전 대사의 딸 걱정과 북한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우리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난 15개월간 이 사실이 비밀로 부쳐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1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공개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적잖다. 야권에선 최근 북한의 우리 해수부 공무원 총살 사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코로나 외유’ 파문으로 외교 안보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 소식이 흘러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진한 냄새를 피워 사냥개의 후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레드 헤링(red herring)’ 수법이 의심스럽다”면서 “북한의 만행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등 중요 현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 전 대사대리 소식이 남북 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