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세계 최대급 신형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A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초대형 방사포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이른바 ‘신무기 4종 세트’와 신형 전차, 자주포, 대공미사일 등도 대거 선보였다. 북한이 지난 3년간 겉으론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벌이면서 뒤에선 미국과 한국을 때릴 핵미사일을 고도화해 온 것이다.
북한의 신형 ICBM은 11축형(22륜형) 신형 발사 차량에 탑재돼 3년 전 공개한 화성-15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훨씬 커졌다. 미국 중국 러시아 미사일보다 길고 큰 세계 최대 규모의 ICBM으로 평가된다. 화성-15형은 이미 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탄두 중량을 2배가량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3개의 다탄두(多彈頭)를 탑재해 워싱턴과 뉴욕 등 복수의 도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북극성-4A형 SLBM도 종전 북극성 3형에 비해 직경이 커지고 사거리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건조 중인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에 이 미사일이 탑재될 경우 괌·하와이는 물론 궁극적으로 미 본토 타격 능력까지 갖출 수 있다. ‘하노이 노딜’과 ‘경제 실패’ ‘코로나·수해 피해’ 등 악재에 몰린 김정은이 무력 과시를 통해 대내외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면서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했다. 핵·미사일 위력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해수부 공무원 총살, 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만행을 감추기 위해 유화 제스처를 썼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은 대내적으로는 ‘코로나’와 ‘자연재해’ 등 어려움을 강조하며 “너무도 미안하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이례적으로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사상 처음으로 심야에 화려한 조명을 동원해 연출했다. 현재 직면한 경제·외교적 난관을 신형 무기와 주민 동원 쇼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