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중인 사실이 14일(현지시각) 알려졌다. 이날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 오후 3시 서훈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국무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실장은 미국에서 백악관·국무부·국방부와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난 뒤 17일쯤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 실장의 방미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한·미 간의 여러 현안을 미국 대선(11월 3일) 전에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를 보기 전에 급히 미국을 방문할 만한 현안으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 ’10억 달러'를 분담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또 집권 2기 외교·안보 공약의 최우선 순위에 ‘해외 주둔 미군 철수·감축’과 ‘동맹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올려놓고 있다. 방위비 문제를 어느 정도 논의해 두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집권 2기에 주한미군이 크게 감축 혹은 철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대선 일정과 무관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거듭하고 있는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방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뉴욕에서 화상으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한·미)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었다. 비슷한 시기 우리 정부는 지난 7~8일로 예정돼 있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을 종전선언 협의 등의 계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막판에 한국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간 협력체 회의인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일본만 방문했다.
다만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11일)는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 등으로 한·미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14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도 서욱 국방장관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주장했으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서 실장이 미·중 경쟁 와중에 한국이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