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올해 처음으로 군 전용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를 발사했지만, 정작 위성을 제어할 단말기는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군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고도 위성을 활용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1년 동안 위성이 공전(空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이 이날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지난 7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록히드마틴사와 맺은 절충교역(무기 구매에 따른 반대급부)으로 제공받은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궤도에 안착시켰다. 하지만 위성을 제어할 단말기 사업 예산은 내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단말기 사업에 대해 군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지만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예산을 받지 못한 것이다.
군은 당초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단계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한 뒤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려 했지만 일정이 1~2개월씩 늦어졌다. 이에 사업타당성 조사도 순연됐고 내년 예산에서도 빠졌다. 새 기기를 마련해 놓고 리모컨이 없어 쓰지 못하는 꼴이다. 군은 내년 초 통신 위성이 임무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대로라면 1년 넘게 위성은 무용지물이 된다. 아나시스 2호의 수명은 12년이다.
군 안팎에서는 통신 위성 사업이 이미 2년 전부터 진행됐는데도 단말기조차 개발하지 못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록히드마틴은 당초 지난 2018년 상반기까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로 약속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계획을 연기해 왔다. 한 의원은 “군 전용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위성을 띄워놓고, 결국 사용할 단말기가 없어 우주 어딘가 떠 있는 위성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사업타당성 조사 중간 결과를 근거로 국회 단계에서 예산 반영을 위해 관련 기관과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