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러 등 ‘4 강(强)’ 주재 한국 대사관이 외교부에 보고한 ‘외교 전문(電文)’ 건수가 최근 3~4년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특임공관장 제도’를 본 취지대로 살리지 못하고 외국어 구사력과 전문성이 모자란 공관장을 임명해 외교력이 약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실질적인 보완 조치는 없이 ‘웰빙’ ‘워라벨’을 강조하는 근무 방침을 내리면서 전문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 측은 “전문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외교 전문의 양과 업무 능력을 직결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20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을 통해 입수한 외교부의 ‘해외공관별 외교 전문 송신 건수’에 따르면, 미·중·일·러 주재 한국 대사관이 외교부 본부에 송신한 전문 건수 총합은 19만9471건(2016년)→19만7827건(2017년)→19만5688건→18만9482건(2019년)으로 계속 줄었다. 2016년보다 2019년 전문건수가 9989건 감소했다. 집계된 전문은 대외비·2급·3급·일반 등급을 모두 합친 것이다.
대사관별로도 감소세가 나타났다. 주중 대사관은 경우, 2016년 6713건의 전문을 본부에 송신했지만, 2019년은 이보다 244건 적은 6469건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첫 주중 대사는 노영민 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의 후임은 청와대 첫 정책실장이던 장하성 현 주중 대사이다.
장 대사는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중국 전문성이 거의 없는 경영학 교수 출신이어서 외교가에선 “주중 대사 적임자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그는 정책 실장으로 있으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다 사실상 실패했는데, 재차 주중 대사라는 중책을 맡게 돼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라는 말도 들었다. 최근엔 그가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규정을 어기고 법인카드로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유흥업소를 드나든 사실이 뒤늦게 파악돼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러시아 주재 대사관은 2016년 본부 송신 전문이 3060건이었지만, 한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 그 수가 감소했다. 2017년 3059건, 2018년 2852건, 2019년 2822건으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주러 대사로 우윤근 전 의원을 임명했다. 하지만 우 전 의원은 대사로 있으면서 개인 비리 의혹으로 시달리다가 2년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5월 귀국했다.
주미 대사관의 외교 전문 건수도 다음과 같이 계속 줄었다. 6350건(2016년)→5987건(2017년)→5868(2018년)→5529(2019년). 주일 대사관은 강제징용 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논란,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 등으로 양국 분쟁이 꼬리를 물던 2019년에만 전문 건수가 반짝 증가하고, 그 전후로는 다음과 같은 감소세를 보였다. 6241건(2016년)→6068(2017년)→5765(2018년)→6199(2019년).
이태규 의원은 “공관의 전문 보고는 각국 외교 현장에서 외교관들의 활동 반경을 가늠하는 척도로 통상 업무량과 비례한다”며 “문재인 정부 이후 주요 4강과의 외교관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