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외교부가 ‘거짓 자료’를 국정감사용으로 제출했다”면서 “외교부가 국감에 좀 더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외교부가 104 해외긴급신고 전화 사업과 관련 SK텔레콤·KT 등 통신 3사와 ‘업무협약 체결’을 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지난달 보내왔지만, 알아본 결과 업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현재 세계 어디서는 우리 국민이 긴급시 104라는 세 자리 전화번호만 누르면 외교부 영사콜센터로 연결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태 의원 측이 이 사업 진척 사항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 외교부가 ‘통신 3사와 업무 체결’을 맺고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사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이것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외교부 자료를 보고선 직접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 3사에 확인해봤지만, 외교부와 그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통신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기술적으로 해외에서 3자리 긴급 번호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외교부에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태 의원의 질의에 외교부는 지난 23일 “업무협약 체결을 한 적이 없다. 지난 7월 104도입 추진 협의회를 개최했고, 수시 소통을 통해 협업 진행 중이다”는 답변을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서면 자료를 제출했지만, 의원실이 추궁하자 사실은 업무협약 체결은 하지 않았지만, 사업 추진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태 의원 측의 문제 제기에 외교부 당국자는 본지 통화에서 “자료 제출 과정에서 뭔가 오해 또는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외교부와 통신사간 업무협약 체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엔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려했지만, 중간에 전략을 수정해 수시 소통과 협의회 개최를 통해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104 사업 추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성적’은 바닥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태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미국, 영국, 태국, 러시아, 일본, 홍콩, 호주,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104 긴급 전화 시험을 했다. 해외여행 중 국민이 도난을 당하는 등 긴급한 상황을 가정해 휴대폰으로 104를 눌러 영사콜센터로 연결이 되는지 검사한 것이다.
착신율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브라질 33.33%, 독일 11.11%, 태국 15%, 영국 11.76%였다. 하지만 호주·캐나다·중국·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러시아·싱가포르·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베트남의 착신율은 모두 0%였다. 수차례에 걸쳐 아무리 104로 전화를 걸어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04 사업 테스트와 관련해 별도의 예산도 내년에 잡아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다른 예산을 끌어다 이와 관련한 비용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태 의원은 “이 사업을 위한 예산도 편성하지 않고 다른 예산에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104 사업의 정상 시행을 위해 외교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