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교부 들어서는 日외무성 국장 -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한·일 외교 당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8개월 만에 대면 국장급 회의를 열고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한·일 외교 당국이 29일 지난 2월 코로나 사태 이후 8개월 만에 대면(對面) 국장급 회의를 열고 징용 배상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우리 법원의 현금화 움직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전임 아베 내각의 입장을 고수하며 이 문제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의 연내 방한 문제와 연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총리 교체가 대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해온 정부의 구상이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약 2시간 동안 징용 배상, 한·중·일 정상회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우리 측은 징용 배상과 관련,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호응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일측은 “(징용 배상과 관련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가 총리의 방한 조건으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방지'를 내건 것이다. 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선 양측이 기존의 첨예한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후 처음 성사됐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2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다키자키 국장은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최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등 북한 동향과 함께 도발 관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