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최근 북한 만수대창작사,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제재 대상 국가 및 테러단체와 연계된 고가 미술품을 어떤 형태로든 거래하지 말라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령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OFAC가 북한의 여러 불법행위 가운데 대량살상무기나 사이버 해킹이 아닌 미술품 거래를 콕 집어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OFAC는 최소 1년간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위반 사례가 늘어난다거나 하면 사전 경고를 한다”며 “최근 한국의 만수대창작사 작품 밀반입 사건도 이번 주의보 발령 결정에 참작됐을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OFAC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오른 기관 또는 인물과 연계된 고가의 미술품 거래가 제재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 점을 강조(highlight)하는 주의보(advisory)와 지침(guidance)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술 갤러리, 박물관, 개인 미술품 수집가, 경매 업체, 브로커와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OFAC는 대표적인 위반 사례로 안보리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미술품 거래를 들었다. 올 3월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서 각각 열린 전시회에 만수대창작사 작품이 여러 점 전시됐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여전히 조각상 수출을 통해 수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OFAC에 따르면, 유명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전시한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갤러리가 미술품 거래를 통해 헤즈볼라의 자금 세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적발됐다.
OFAC는 “제재 대상과의 고미술품 거래는 직간접적으로 했든 모르고 했든 어떤 경우에도 제재 위반 처벌에서 면제될 수 없다”며 “미 제재망을 약화하는 시도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전시회에 만수대창작사 수예단장 김청희의 작품 2점이 전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다. 2018년 11월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와 재외 한인 기업인들이 평양에서 대북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그림을 구매해 반입하다 공항에서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