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선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상당 부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일방주의보다는 다자(多者)주의적 외교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反中) 캠페인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계승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후보는 부통령 시절이던 2013년 방한 당시 한·중 협력에 적극적이던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쪽(중국)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의 주요 외교·안보 참모로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대사 등이 꼽힌다. 블링컨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무장관 같은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은 지난달 한 대담에서 김정은을 “최악의 폭군”이라고 부르는 등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냈다. 2018년 6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선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gulag state)’”로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블링컨에 이어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설리번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등으로 거론된다. 한때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라이스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장관 후보로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참전용사 출신인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플러노이는 오바마 정권 인수위의 국방팀장을 지낸 인물로, 오바마 행정부 때도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후보로 언급됐다.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군에 포함됐던 더크워스 상원의원은 헬기 조종사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다리를 잃고 전역한 뒤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다. 모친이 태국 출신으로 만약 국방장관이 되면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국방장관이 된다. 미 역사상 최초로 국무·국방 양대 장관을 모두 여성이 차지할지도 관심사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정책은 ‘동맹 강화’ ‘대중(對中) 견제’ ‘글로벌 리더십 회복’의 3가지로 요약된다. 거래적 관점보다는 가치 중심의 동맹 중시 정책을 통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 재건에 외교력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폭 인상안으로 인해 1년 가까이 타결되지 않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단기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올해 정강 정책에서 ‘동맹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고 ‘해외 주둔 미군 철수는 동맹 간 상호 방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북한 비핵화 협상도 ‘정상 외교’ 방식을 선호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톱 다운(정상 간 담판)’ 방식보다는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치는 ‘보텀 업’ 방식의 협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지속된 대북 제재 압박 기조는 변함없을 전망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북한이 대미 압박 차원에서 내년 초 도발을 시도해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북한 인권 문제도 트럼프 행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은 유지되는 것을 넘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은 초당적이고,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계속돼 온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퓰리즘 차원에서 반중 정책을 편다면, ‘베팅’ 발언에서 알 수 있듯 바이든 후보는 동맹 중시 차원에서 반중을 독려하는 ‘반중 확신범’”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