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16일 ‘외교부 패싱 논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이례적으로 반박 해명 자료를 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1시 7분 출입 기자단에게 일제히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 반박 자료를 게재했다.
외교부는 이 자료에서 “최근 대일 외교에서 외교부가 패싱되고 있으며, 각급 소통채널도 막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게재된 바 있다”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부를 최일선 축으로 국회 등과 하나의 팀이 되어 범정부적 노력이 진행중인 가운데 이렇듯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일간 실시되는 다양한 고위급 교류도 외교부와의 사전 정보공유 및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바, 외교부 패싱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교당국 간 각급 대화와 협의도 다양한 채널과 방식을 통해 긴밀히 진행중인 만큼, 소통채널이 막혀있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이 표면적 요소에만 근거한 단정적·추측성 기사는 자칫 엄중한 대내외 환경 하에서 다각도로 진행중인 우리 국익 수호·증진 노력에 보탬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뜻을 아울러 표한다”고 했다.
최근 외교가에선 “박지원 국정원장이 한국 고위급으로서는 처음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직접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자, 대일 외교에서 외교부가 배제(패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원장이 방일(訪日)할 당시 강 장관은 미 대선 직후 정권 교체기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방미(訪美) 일정을 강행해 ‘교체될 국무장관’을 만나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강 장관이 방미 직후인 지난 13일 SBS 방송에 단독으로 출연해 박 원장의 방일 성과와 관련 “외교부나 안보 부처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된 것은 아니다”고 본인 입으로 말해 ‘대일 외교부 패싱 논란’은 더 불거졌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 다수 매체가 ‘대일 외교부 패싱’ 문제를 제기했다. 외교부가 장기간 한일 갈등을 풀지 못하는 가운데, 정보 수장이 직접 나서 대일 외교를 챙기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에 대해 외교 장관도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이날 ‘대일 외교 외교부 패싱’ 해명에 “의아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라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주요 외교 활동 홍보 및 대언론 업무를 손수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앞서 자신의 방미에 심의관(부국장)이 아닌 한단계 격이 높은 고윤주 북미국장이 수행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차관 보좌관을 외교부 사상 전례 없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등 잇따른 이례적 행보를 보여 ‘왕차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그는 ‘나는 왕차관이 아니다’는 취지의 반박 자료를 제작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외교부 각종 공식 채널에 대대적으로 게재하고 유포해 국회 외통위 등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외교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25 전쟁 역사 왜곡, 삼성 전세기 일방 중단 등 중국의 잘못에는 ‘항의’나 ‘유감' 표명도 못하면서 외교가와 언론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공론화하는 외교 정책 논쟁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적극 ‘유감’ ‘우려’ 표명하고 반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