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 정보부와 총리실에서 북핵 분석관을 지낸 라파엘 오페크(예비역 중령)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선일보 DB

최근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북한 풍계리에서 1~3차 핵실험을 모두 참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가 북·이란 ‘핵 커넥션'의 중추적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군 정보부와 총리실에서 북핵 분석관을 지낸 라파엘 오페크(예비역 중령)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 본지 전화·서면 인터뷰에서 “(2013년 2월) 북한 3차 핵실험을 참관한 이란 사절단의 대표가 파흐리자데였다”며 “북한의 (2006년 10월) 1차, (2009년 5월) 2차 핵실험 현장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핵실험 당시 상황에 대해 “파흐리자데와 그의 사절단은 핵실험 참관단으로 초청을 받았고 차명 여권으로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들어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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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페크 박사는 “3차 핵실험은 플루토늄탄을 쓴 1·2차와 달리 처음으로 우라늄탄 실험이어서 중요했다”며 “이란은 우라늄 핵개발은 했지만 농축률이 20% 이하였고,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농축률 90%의 고농축 단계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란이 ‘핵 선진국’ 북한의 핵기술 및 데이터를 공유받고 협력 방안을 협의할 목적으로 핵 사절단을 풍계리 현장에 파견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는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특히 중동의 대표적 반미(反美) 정권인 이란·시리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동태를 밀착 추적·감시해왔다.

오페크 박사는 “1·2차 핵실험은 플루토늄 생산과 직결된 중수로(重水爐) 기술과 밀접한데, 이란은 그 무렵 중부 아라크 지역에 중수로 발전소를 짓고 관련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었다”고 했다. 이란의 중수로와 북한 1·2차 핵실험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과 북한 군 관계자들이 회의하는 모습. /이란통신 IRNA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커넥션은 1990년대부터 근 30년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오페크 박사는 “수백 명의 북한 과학자와 기술자가 1990년대부터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시설에 파견됐다”며 “이란 중북부 도시 곰(Qom) 인근에선 북 미사일 화성 6호, 노동 1호 시험 발사도 이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