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 미측 수석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후 4시 15분 전용기로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 정권이 트럼트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이양되는 시기, 국무부 부장관이 특별히 한국을 찾은 것이다. 사실상의 고별 방한이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도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우리 정부 외교·안보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나 그간의 대북 정책을 돌아보고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저녁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등 미측 인사들과 만나 식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일정은 9일부터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회담하고, 오후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개별로 만나 면담이나 식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10일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 할 계획이다. 10일 오후 2시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강연한다.
11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 그리고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오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건 부장관을 위해 3일 연속 만찬을 여는 등 극진히 대접할 계획이다.
9일에는 2018년 8월 비건 부장관의 대북특별대표 임명 이래 호흡을 맞춰온 이도훈 본부장과 저녁을 함께한다.
10일에는 최종건 1차관이 비건 부장관의 단골인 서울 도심의 한 식당을 통째로 빌려 ‘닭 한 마리’를 대접하기로 했다. 비건 부장관은 2018년 2월 평양에서 줄다리 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늦은 밤에도 이 단골 식당을 찾아 ‘닭한마리’로 허기를 달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만찬에서 주요 메뉴 중 하나로 닭 한 마리를 내놓을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최 차관이 ‘닭 한 마리’ 식단을 챙기기로 한 것이다.
11일 금요일 마지막 만찬은 강 장관이 한남동 장관공관에서 연다. 양측 소수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관이 외국 부장관을 위해 만찬 대접까지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나 “떠나는 분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줄 만큼 한미 동맹은 소중하다”고 말했다.
비건은 12일 오전 일찍 출국한다. 이란 핵협상을 타결한 경험이 있는 바이든 새 행정부가 비건 후임으로 누굴 기용(起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