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할 것이란 프랑스 현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방산업계 안팎에선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019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당시 전시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의 실물 크기 모형.

7일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고 양국 간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언론은 인도네시아의 라팔 전투기 구매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보도했다. 프랑스의 한 TV는 “인도네시아는 올해 연말까지 프랑스 전투기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고 했고, 구매 규모가 48대라고 보도한 매체도 있었다.

정부는 사실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정부 일각에선 “인도네시아가 이미 KF-X 사업에 2200억원가량을 투자한 상황에서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라팔 구매가 KF-X 사업 이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선 인도네시아의 사업 이탈이 곧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비 8조7000억원의 20%인 1조7000억원가량을 분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며 2017년부터 분담금 지급을 미뤄왔다. 현재 연체된 분담금은 6000억원가량이다. 인도네시아는 6000억원 일부를 천연자원 등 ‘현물’로 대납하는 방안도 우리 측에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軍) 안팎에선 ‘우리 혼자 해도 충분한 사업을 괜히 공동 개발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인도네시아의 사업 이탈에 대비해 독자적인 KF-X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