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회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2020.12.09 사진공동취재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취임 한달만인 지난 9월 방미(訪美) 성과물로 내놓은 한미 국장급 실무협의체 ‘동맹대화’가 당초 발표와 달리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신설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3개월간 북미국장 방미, 양국 차관 전화통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 방한 등 수차례에 걸쳐 미측에 ‘동맹대화’ 신설을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측은 외교부에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자”면서도

①이미 여러 채널이 원활하게 잘 유지되고 있고,

②국장급으론 실질적 정책 결정이 어려운데다,

③대북 논의는 범부처 협의체 ‘워킹그룹’이 있는 점

등을 반복해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측이 ‘이번 건은 접자’는 신호를 외교부 측에 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말을 석달째 반복한다는 것은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한 ‘립서비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앞서 최 차관은 지난 9월 방미 당시 한국 워싱턴특파원 브리핑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동맹 대화' 신설에 (한미 양국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한국 언론의 질의에 “(한미 동맹대화 신설안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일각에선 “최 차관이 미측 동의도 구하지 않고 ‘설익은’ 방미 성과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 차관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취재진에 “동맹대화 첫 회의를 오는 10월로 추진하고 있다”며 “협의체 신설에 대해 미국과 이견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10월, 11월이 지나 12월에 접어들었지만 외교부는 ‘동맹 대화' 관련 소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 북미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지난 9월 동맹대화 신설 제안 이후 고윤주 북미국장 방미(10월), 최 차관·비건 부장관 통화(10월),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방한(11월)을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건을 협의 의제로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지난달 미 대선 결과 미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으로 교체된 뒤에도 ‘동맹대화 신설안’을 계속 추진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미 행정부 변화와 무관하게 ‘동맹대화’ 신설이 필요하다는데 양측 공감대가 존재한다면서 해당 논의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 의원 측은 전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연설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블링컨 지명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말했듯이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문제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다른 나라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p 연합뉴스

조태용 의원은 “최종건 차관이 10월에 한미 동맹대화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추진되지 않아 그 진위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며 “100일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동맹대화가 개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 차관이 밝힌 내용은 결국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