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CNN 아만푸어 앵커와 인터뷰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CNN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미 CNN 간판 여성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 인터뷰했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으로부터 코로나와 관련 모욕적인 비난을 들은 지 9일 만이다. 강 장관은 이날 ‘북한’ ‘코로나’ ‘여성’ 이슈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 인터뷰 방송은 한국 시각으로 전날(16일) 오후 9시쯤 녹화 촬영, 편집된 뒤 이날 오전 방송됐다.

강 장관의 인터뷰는 논란을 불렀다. 미국·유엔 등 국제사회 주류가 문제 삼는 ‘대북 전단 금지법’을 옹호하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이 미 언론학 박사 학위자, 유엔 인권 고위 담당관 출신이 맞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강 장관이 교묘한 수사로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비판 논점을 흐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 장관이 CNN에서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 대표는 “이번 법안 비판 측 그 어느 누구도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강 장관은 비판론자들이 ‘표현의 자유=절대적 권리’ 주장을 한다고 매도하며 자신이 옳다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고 말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조선일보 DB

이 대표는 “강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 논점을 아무도 내세우지 않은 ‘표현의 자유=절대적 권리’ 주장으로 프레임을 바꾸려 하고, 이를 외신을 통해 퍼트리려 했다”며 “반면 북한 정권의 막무가내 요구와 협박행위는 정당한 것이고 분단국의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포장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법안의 문제점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제적 상식과 표준에 벗어난 ‘과잉’ 처벌법이라는 점에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나, 미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우려 표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법안은 북한에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 등 정보 전달 매개체를 풍선 등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도록 한 행위를 할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조항을 담고 있다.

행위와 처벌이 균형에 맞아야 하는데, 행위에 비해 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행위가 과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유엔과 미 주요 인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13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이 ‘~는 하지만, ~는 아니다’는 표현을 쓰며 논란의 핵심을 비켜가거나 쟁점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강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일대가 코로나 확산 방지 관련 집회 및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차벽과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2020.10.9. / 고운호 기자
한글날인 지난 10월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코로나 확산 방지 관련 집회 및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펜스가 설치되어있다. 2020.10.9. / 고운호 기자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일대가 코로나 확산 방지 관련 집회 및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차벽과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2020.10.9. / 고운호 기자
지난 8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의 개인 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5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사생활은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DB

누구도 사생활이 ‘절대적 권리’라고 말하지 않지만, 강 장관은 사생활 침해 우려 주장에 ‘절대적’이란 단어를 붙여 마치 과도한 주장을 펴는 것처럼 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코로나 관련 정부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