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벽 이란으로 향하는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 /뉴시스

정부 대표단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유조선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에 대해 이란과 협상하기 위해 7일 새벽 출국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선원 20명 중 5명이 우리 국민이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이란 테헤란으로 향할 예정이다.

고 국장은 출국 전 공항에서 “이란 측에서는 이건 완전히 기술적인 문제라고 한결같고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증거라든가 데이터라든가 정보에 대해 교류를 교환을 해다랄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카운터파트도 만나고, 선박 억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양한 경로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란 정부가 대표단 방문이 사실상 필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한때 출국 연기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물밑에서 이란 정부와 협의가 이뤄져 계획대로 출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선원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고, 이란 정부가 최근 불만을 거듭 제기한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란과의 협상이 원할히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나포 사건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백신 구입 문제를 포함해 동결 자금의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란 출장(10~12일)을 앞둔 상황에서 일어났다. 정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70억~80억달러의 처리 문제를 이란 측과 협의해 왔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는 “이번 이슈는 철저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해양오염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으며 향후 법률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이유가 해양오염 때문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란 외무부는 “선박과 선원에 대한 모든 조력은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6일 국회 보고에서 “이란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 억류가 환경오염과 관련됐다는 이란 측 주장의 진위(眞僞)와 함께 ▲승선 장소가 이란 영해가 맞는지 ▲승선 과정에서 이란이 국제법을 준수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