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제기 소송 관련 전날 한국 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요청으로 약 20분간 통화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부정하고,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판결을 일본 정부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어 강 장관과 통화 뒤 일본 기자들의 온라인 취재에 응해 “국제법상이나 2국 간 관계로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 사태가 발생했다”며 “일한(한일) 양국은 (이미) 매우 심각한 관계였지만 이번 판결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또 “그간 상식으로 말하면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4부(재판장 김정곤)는 전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16년 1월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지 5년 만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곧바로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전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며 “이번 판결이 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