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국내외 전직 고위 관리를 비롯한 안보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술핵·핵잠 등 대남·대미용 핵개발을 공개 지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여전히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한 대목,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조정 문제를 미국이 아닌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부 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19일 “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다. 미국과 사전에 협의라도 하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북한 핵미사일 공격과 남침을 막아낼 훈련을 할 것인지 여부를 공격 주체와 협의할 어젠다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자해적 발상”이라며 “국군통수권자가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1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이것은 거대한 실수”라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데 이렇게 관계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다룰 회의체로 지목한 남북군사공동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남북은 1991년 군사공동위 설치에 합의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재차 군사공동위 설치에 합의했지만 북측은 공동위를 구성하자는 우리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한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지난 5~12일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와 기념 열병식을 통해 핵무력 증강 의지를 거듭 강조한 상황을 무시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핵’은 36차례 언급했지만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리가 유엔 제재라는 틀 속에 있기 때문에 남북 협력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장애가 분명히 있다”며 제재에서 자유로운 협력 방안으로 인도적 사업을 예로 들었다.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에서 ‘비본질적 문제’로 일축한 인도 협력 사업을 거론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자꾸 이것을 우회할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한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풍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