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을 조건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이 북한의 핵 개발로 2006년 종료된 이래 지금까지 이자 지급에만 7561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도 정부는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원금을 포함해 총 2조2995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31일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통일부,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2월 15일 대북 경수로 건설에 차관 형태로 투입된 자금은 1조3744억원이다. 전체 사업비(46억달러) 중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3조5420억원의 약 38.8%다. 북한은 경수로가 완공되면 소유권을 갖고, 투자금을 20년간 분할 상환할 예정이었다. 2001년 9월 본 공사에 착공, 발전소 기초 굴착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드러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2006년 5월 경수로 사업은 종합 공정률 34.5% 상태에서 공식 종료됐지만, 사업에 투입된 1조3744억원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특히 그동안 원금과 이자를 채권 발행을 통한 공공자금관리기금(정부가 공공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으로 충당하면서, 원리금은 크게 늘어났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 이자를 갚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던 것이다.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통일부는 2012년부터 채권 발행이 아닌 정부 출연금으로 이자만 내고 있다. 31일 기준 지불한 이자는 7561억원이다. 원금 1조3744억원에 2011년까지 계산된 이자 9251억원 등 총 2조2995억원은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또 지금까지 발생한 이자만 따지면 총 1조6812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성호 의원은 최근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 계획’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또다시 아무런 보장 없이 대북 원전 지원에 나선다면 제2의 경수로 참사가 재연돼 국민 세금만 탕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