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역 앞에서 방역복을 입은 북한 방역 요원이 주민들 손에 소독제를 짜주고 있다./연합뉴스

평양 주재 동유럽 외교관들이 연일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 기초적인 생필품을 비롯, 자녀들에게 입힐 옷과 신발 같은 공산품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평양 내 ‘특권 계급'인 외교관들의 생활마저 이처럼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체코 대사관 관계자는 RFA와 인터뷰에서 “수입 중단으로 몇 달째 설탕과 식용유를 아예 찾을 수 없다”면서 “커피나 치약 등 제품도 물론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현지에서 재배된 야채와 과일은 지난 겨울보다 가격이 올랐다”면서 “국가가 1년 동안 국경을 봉쇄하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북한이 지금 겪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이 개편된 ‘CIA 월드 팩트북’에서 북한 주민 가운데 26%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타당한 추정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에 접근할 수 있는 주민들조차 정전 때문에 항상 전기를 쓸 수는 없다”면서 “최근에는 대사관 구역에서도 여러 차례 정전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평양역에서 소독사업을 진행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조선일보DB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도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고 RFA가 지난 8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겨우 맞는 옷과 신발을 구해도 가격이 봉쇄 이전보다 3~4배 비싸다”면서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또 “큰 문제는 의약품이 부족한 점”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상황에 대해 “국경 봉쇄로 물품, 원재료 등의 수입이 중단돼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며 “어린이들은 일년 내내 사실상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 당국은 코로나19가 북한에서 발생할 때를 대비한 충분한 의료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코로나19 유입 차단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외교관의 어린 자녀들이 대사관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