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경희·윤창현 의원은 10일 “국가보훈처는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한 폄훼를 즉시 멈추고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두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두 의원은 “지난 2월 5일, 대전현충원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故 백선엽 장군의 묘소 앞에서 ‘반민족 행위자 백선엽 국립묘지에서 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흔들며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장에 있던 현충원 관계자들이 ‘이장’과 ‘파묘’를 들먹이는 이들의 소란을 그대로 방치했을 뿐 아니라, 시위자들의 요구에 따라 백 장군 묘소 안내판을 철거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대전현충원에서 현충원 관계자들에게 안내판 철거를 요구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충원 관리 책임자는 ‘오늘 중으로 표지판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며 “참가자들은 ‘내일 와서 확인하겠다’며 약속 이행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에는 안내판 철거 사실을 보도하며 “우리가 건의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주신 대전현충원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해주세요”라는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두 의원은 “국립묘지에서의 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 2019년 6월 6일 현충일에는 일부단체 회원들이 모형 삽을 들고 유공자 봉분에 올라타 파묘(破墓)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들이 묘비에 오물을 뿌리고 욕설과 발길질도 서슴지 않았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를 위반할 때는 제지하거나 경외로 퇴거시킬 수 있다’는 국립묘지법을 언급한 두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훈처와 국립대전현충원은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를 수수방관했다. 오히려 이들의 요구에 순응해 안내판까지 제거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보훈처의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업무처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는 백선엽 장군과 관련한 안장자 정보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내용을 버젓이 게시하고 있다”며 “국가유공자인 백 장군의 구체적인 공적을 기록해도 모자랄 판에, 그분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행태는, 국가보훈처가 나서서 호국영령을 모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두 의원은 “백선엽 장군에게 친일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무리들은, 그분이 ‘간도특설대에서 동북항일연군 등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배치된 것은 1943년 2월인데, 그로부터 약 2년 전인 1941년 3월에 동북항일연군은 이미 궤멸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두 의원은 “만주에서 중국공산군과 싸우던 일본군이 중국공산당 예하부대인 동북항일연군을 토벌했기 때문”이라며 “백 장군 본인도 부대에 배치되었을 당시, 독립군은 구경도 못했고 중공 팔로군과 싸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IV-7)’에도 명시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본 군대의 소위 이상의 장교’였다는 이유 하나로 백 장군을 친일인사로 명단에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마구잡이식 친일몰이 결정을 인정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두 의원은 “국가보훈처는 ‘국가를 위한 헌신에 보답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스스로 존재 이유를 저버렸다”며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를 방치하고, 6·25전쟁 영웅의 얼굴에 먹칠하는 국가보훈처를 과연 대한민국의 국가보훈처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