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조선일보가 17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미 외교·안보 브레인들은 “비핵화를 향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며 “북한 정권에 ‘역대급 압박’을 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한·미 동맹이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한·미 동맹은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지만,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북한 문제 때문에 문재인-바이든 정부의 ‘허니문'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맞서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이전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능가하는 고강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해 김정은의 이성적 행동(비핵화)을 끌어내야 할 때”라며 “김정은에게 ‘당신이 느끼는 공포는 정권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압박 수단으로 북한 대사관·영사관 폐쇄, 대북 군사훈련 빈도와 범위 증강, 북한 경제의 근간을 교란시킬 수 있는 은행·전력망 해킹 등을 거론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의 대북 정책에 트럼프 때와 같은 갑작스러운 반전은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 로드맵과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는 정상회담은 환상만 제공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한국의 은행·기업·정부기관과 접촉해 제재 위반에 따른 처벌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를 위해 제재 우회를 시도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북핵에 맞설 군사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신범철 KRINS 외교안보센터장은 “평시에는 한국 폭격기에 미국 전술 핵을 탑재하는 훈련을 미국에서 실시하고, 북한의 위협이 커져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4에서 3단계로 격상될 때 전술 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한국형 핵 공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제승(예비역 육군 중장) KRINS 부원장도 “한·미 핵 공유 체제가 한반도 비핵화와 동아시아 안정을 이루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임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재래식 군사력 위주의 한·미 동맹에서 전략적 차원의 핵 동맹으로 진화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사드 포대 추가 도입, 패트리엇 미사일과의 연동을 통한 북한 미사일 방어망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압박보다 대화 재개, 완전한 핵 폐기보다 실용적 협상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퍼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북한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한·중·일과 협력해 북한에 코로나 관련 인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보다는 질적·양적으로 동결할 수 있는 실용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핵 능력 감축과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스몰 딜’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