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이 지난 16일 강원 고성 22사단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해 귀순한 사건과 관련, 22사단은 지난해 이 배수로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고도 “배수로 점검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7월 인천 강화에서 탈북민 ‘배수로 월북’ 사건 이후 전군(全軍) 부대에 “수문과 배수로 등 경계 취약 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22사단은 ‘경계 구역 내 배수로를 점검한 결과 이상 없다'고 상급 부대인 8군단 등에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합참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2사단에 있는 배수로 48곳 중 (북 남성이 통과한) 해당 배수로만 보완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허위 보고' 지적이 일자 22사단은 다시 “지뢰 위험 구역이라 공사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해당 배수로가 7번 국도 아래쪽에 있는 데다, 수풀 등 장애물 때문에 배수로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22사단이 배수로 존재를 몰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배수로는 민간인이 대규모로 드나드는 통일전망대 인근이다. 이런 지역에서 지뢰 때문에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북한 남성이 군의 공식 발표대로 ‘민간인’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군의 설명대로라면 이 남성은 겨울 바다 10km를 6시간 동안 수영해 월남, 지뢰밭을 뚫고 배수로 48개 중 유일하게 열려 있는 배수로를 선택했다. 이어 곧바로 보이는 군 시설과 민가를 그대로 지나쳐 5km를 도보로 이동, 야산에서 낙엽을 덮고 휴식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지난해 귀순자는 점프만으로 철책을 뛰어넘더니, 이번 귀순자는 특수부대 뺨치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겨울 바다와 지뢰밭을 모두 극복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