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23일(현지 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웨비나에서 “누군가 미국을 향해 뭔가를 쏜다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미사일 방어 능력은 분명히 중국·러시아나 이란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보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할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하이튼 차장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맞춰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요격 미사일(NGI)’을 제때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의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GBI·왼쪽 사진)과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

하이튼 차장은 “‘2017년'을 겪어보고도 김정은과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정말로 사용할 실질적 가능성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요격할 능력을 원한다”고 했다. 2017년은 북한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처음 성공한 해다. 하이튼 차장은 “누구든 북한의 열병식 영상을 보면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우리도 방어 역량을 진전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차세대 요격 미사일이 나올 지점”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 44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GBI는 최대 요격 고도가 2500㎞로 북 ICBM을 비행 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이 개발하는 새로운 미사일 위협이 커지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GBI를 대체할 차세대 요격 미사일(NGI)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작년 8월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은 NGI의 배치를 당초 계획한 2030년보다 2년 앞당긴 2028년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 등의 ICBM 위협 등에 대응해 ‘다층적 본토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NGI가 그 첫 단계 요격 무기다. 이어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 종말 단계의 사드(THAAD)와 패트리엇 등으로 다층 방어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 등이 향후 다탄두 ICBM을 실전배치할 경우 기존 방어망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북 ICBM 발사 초기 또는 발사 직전 단계에서 요격 또는 타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튼 차장은 적의 미사일이 다가올 때 요격하는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요격 미사일과 킬 체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같은 나라들은 지난 20~25년 동안 모두 미사일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공중 발사, 해상 발사, 지상 발사 등이 있다”면서 “패트리엇처럼 종말 단계에서 시작하기보다 ‘발사 직전 교란(left of launch)’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사일을 파괴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발사되기 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사일 발사 전에 발사대에서 직접 타격할 수도 있지만 미사일의 표적 시스템을 피하는 방법도 있다”며 “미사일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한다면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적의 미사일을 초기 상승 단계에서 레이저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이용해 요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