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3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6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서 “인권 증진과 보호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북 인권 향상에 애썼다'며 자화자찬식 발언을 한 것이다.
최 차관은 이날 “우리는 인권의 보편성을 더 많이 중시해야 한다”며 “이런 접근에 예외가 있을 수 없고, 우리 정부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걱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인권 기구와 인도주의 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대북 대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 정세의 민감성 등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일도 드물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세 차례나 우려 표명과 함께 시정을 요구했다. 북한인권법 제정 5년이 되도록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인권대사 역시 3년 반째 공석(空席)이다.
이번 인권이사회에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일본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참석했지만 우리 정부는 외교부 차관을 보냈다. 북한과 중국을 의식해 급을 낮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각각 중점적으로 거론한 납북자 문제와 중국 신장·티베트 내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EU가 주도해 다음 달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인권 결의안도 한국은 3년 연속 공동제안국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