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로 유혈사태가 일어난 미얀마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외국을 독자제재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국방부, 기재부 등 7개 부처는 12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의 무력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방·치안, 전략물자 수출, 개발협력 등 3개 분야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국방부에선 미얀마와 하던 군 교류를 끊기로 했다. 미얀마측과 추진하던 국방정례협의체와 미얀마 군 장교에 대한 교육 훈련 과정을 중단했다. 경찰 역시 치안분야의 교류를 중단한다.
정부는 최루탄 등 군용물자의 수출도 불허할 계획이다. 최근 미얀마 현지에서는 시위 진압에 사용된 물대포나 최루탄이 한국산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와 외교 당국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인도적 목적의 사업을 제외하고 개발협력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얀마는 한국의 주요 지원국 중 하나로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규모는 2021년 현재 9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903억원이 지원됐다. 지원분야도 다리 건설부터 IT, 농업, 신도시 개발 등 여러 영역에 걸쳐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얀마 건설부와 함께하고 있는 경제협력산업단지 조성사업과 GS건설이 진행 중인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 공사도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무상 원조 사업을 재검토하되, 민생과 직결된 사업이나 보건·방역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에 대해선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를 실시해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임시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는 근로자와 유학생 등 미얀마인 2만5000∼3만명이 있다.
우리 정부는 지금껏 유엔 등에서 결정된 다자제재 이외에 외국에 대한 독자 제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핵개발 중단을 거부한 이란에 대해 유엔이 지난 2010년 제재를 했을 때 미국의 압박으로 정부는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2개월 영업정지를 결정한 적은 있다. 그러나 당시 영업정지는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얀마 사태에 대해 구금된 인사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민주주의와 평화가 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세균 총리도 미얀마와 관련해 “광주의 아픈 기억이 살아난다”고 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얀마 시민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 경험을 잘 알고 있어 기대를 갖고 있고, 국제사회도 지금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유혈 소요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미얀마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 관련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교민들 안전 문제와 관련해 현재 접수된 우리 국민의 인적 피해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