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매입한 경남 양산시의 농지가 지난 1월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형질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짓겠다며 상대적으로 싼 농지를 산 뒤 9개월 만에 대지로 전환한 것이어서 사저 터에 대한 특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며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고 했다.
◇文 “대통령이 처분할 수도 없는 땅”
문 대통령은 이날 사저 의혹 제기에 나선 야권을 겨냥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사저는)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만 보면 알 수 있지 않으냐”라고 썼다. 또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사저 논란에 대해 직접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도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으냐”고 재반박했다. “10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기에 ‘대통령이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던’ 내곡동 사저 논란을 띄운 것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문 대통령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유세 현장을 찾아 “대통령 사저 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탐욕이다”라며 “이미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들이 또 욕심을 부리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해온 정치”라고 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처분도 못 하는 땅인데 문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에 대해 그토록 핏대를 세웠나”라면서 “온갖 현안에는 침묵하다가, 본인의 사저 얘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해가며 항변하는 모습이야말로 민망하다”고 했다.
◇농사짓는다더니… 대지로 형질 변경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양산시는 문 대통령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 농지 1845㎡(약 560평)에 대해 지난 1월 20일 농지 전용 허가를 내줬다. 문 대통령 부부와 경호처는 지난해 4월 29일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일대 5필지 3774㎡(약 1144평)를 퇴임 후 사저용으로 구입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전체 매입 금액은 1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중 363-4번지와 363-6번지 등 2필지의 용도가 농지인 전(田·밭)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농지법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은 농지를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부부는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농업 경영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서에서 문 대통령은 영농 경력을 ’11년', 김정숙 여사는 ‘0년’으로 적었다. 문 대통령이 ’11년'으로 적은 것에 대해 현재 사저인 양산시 매곡동에서 텃밭을 가꿨기 때문이라고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주장했다.
◇靑, 형질 변경 받고도 “준비 중”
형질 변경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밭을 대지로 형질 전환하려면 이 땅에 지을 건물 등에 대한 설계도 등 자세한 건축 계획이 들어가야 한다. 구입 후 9개월 만에 형질 변경을 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땅 구입과 거의 동시에 사저 건축 설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문 대통령은 농사를 지을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윤영석 의원은 “싼 농지를 사서 비싼 대지로 용도를 바꾼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뿌리 뽑는다는 부동산 투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런 논란 때문에 형질 변경 등 행정 절차가 노출되길 꺼려왔다.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형질 변경을 했느냐”고 묻자,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준비 과정에 있다”고 했다. 이미 형질 변경이 되고 한 달 이상이 지난 시점에도 “준비 중”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사저를 둘러싼 특혜나 농지법 위반 문제가 해명되지 않으면 ‘BH(청와대)도 LH와 다르지 않다’는 소문은 굳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