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과잉 방역, 부실 급식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군(軍)이 ‘중대(中隊)별 집단 휴가’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코로나 장기화로 극에 달한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휴가로 달래겠다는 것이다. 4·7 재·보선에서 나타난 ‘이남자(20대 남성)’들의 표심 악화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방부는 이날 ‘격리 장병 생활 여건 개선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는 10일부터 중대급 등 건제(建制) 단위 휴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방 육군 보병·포병 대대는 중대(포대) 4~5개로 편제돼 있다. 중대 1개 인원이 모두 2주 휴가를 다녀온 후 2주 격리를 하면 1개월간 20~30%가량 전투력 공백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휴가 비율을 현 20%에서 최대 35%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군 관계자는 “전투 준비 태세 등을 고려, 가능한 수준에서 휴가를 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전방 경계를 맡는 일반전초(GOP) 사단이나 해·공군은 중대 단위 휴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휴대전화로 과잉 방역, 부실 급식 문제를 제기해온 병사들이 “다른 부대는 휴가 간다는데 왜 우리 중대는 휴가를 보내주지 않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일단은 중대 단위로 일괄 휴가를 보내면 복귀 후 같은 생활관에서 격리하는 등 방역이 훨씬 쉽다는 결론”이라고 했다. 현재는 휴가·격리 기간이 제각각이고 소속이 다른 병사들을 한데 모은 탓에, 수용 시설이나 급식 등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중대 단위로 휴가를 보내면 방역에 용이하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이남자' 표심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청와대는 최근 과잉 방역·부실 급식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와 각군 본부에서 긴밀하게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군이 20대 병사들과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등 지침을 전달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총장 등 군 지휘부가 배식 실패 등에 대해 사과하고 일제히 현장으로 달려가 “부대원들을 아들과 동생처럼 생각하라”(서욱)고 지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조치다.
여권(與圈)에선 최근 ‘제대 남성 지원금 3000만원’ ‘세계여행비 1000만원’ 등을 비롯, 여성 징병제, 징병제 폐지, 군 가산점 부활 등 이남자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이대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역 병사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면 내년 대선 등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하루 8790원인 1인당 병사 급식비를 내년엔 1만500원까지 올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병사 1인당 한 끼 급식비(2930원)가 고등학생(3625원)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또 병사들이 선호하는 돼지·닭·오리고기 등 육류를 10% 증량하고, 부대별로 된장찌개용 우삼겹, 스파게티와 함께 제공하는 마늘빵 등을 구매하는 자율 운영 부식비도 인상하겠다고 했다. 참치캔·곰탕·짜장·카레·라면 등 비상 부식과 간식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또 배달 음식 제공을 연 4회에서 월 1회로 늘리고 신세대 병사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 등 ‘브런치’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늘리겠다고 했다. 호텔 문화에 익숙한 병사들을 위해 시리얼·토스트·커피·과일 등을 제공하는 ‘간편 뷔페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코로나 격리 후 부대 매점(PX) 이용이 어려운 병사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원하는 품목을 주문·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