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4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 공사 장비·물자를 추가 반입했다. 12~13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을 재확인하고 연합훈련 내실화를 강조하는 등 미측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한 보도자료가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미 측에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최근 한·미·일 외교장관, 안보실장, 정보수장 회담에 이어 3국 국방장관 회담도 추진키로 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역시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선순위를 두는 어젠다이다.
◇정상회담 앞두고 미측에 ‘성의 표시’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14일 오전 공사 장비와 자재 등을 실은 트럭 등 20여 대를 기지에 들여보냈다. 성주기지 장비 및 물자 반입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16일 만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사드 장비를 잇따라 반입한 것은 미국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다. 앞서 미 국방장관은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었다.
이날 KIDD 회의에서는 전작권과 관련, ‘시기와 상관없이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연합방위 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모두 미측이 요구해온 것들이다.
외교부는 지난 12일 미 국무부와 ‘한·미 아세안정책대화’를 개최해 미측이 강조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협력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3국 외교안보 수장 연쇄 회동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재로 한·미·일 3국 회동도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각 공조를 최우선 외교 정책으로 삼고 있고, 우리 측도 이에 호응하는 것이다. 지난달 2일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들이 모인 게 시작이었다. 이어 같은 달 29일 3국 합참의장이 미 하와이에서 회동했고, 이달 5일에는 G7 외교장관 회의 계기에 3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앉았다.
12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이 회의했다. 국방장관 회담까지 하게 되면 3국 주요 외교 안보 수장들이 모두 만나는 것이다. 3국 국방장관 회담은 다음 달 4~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중재’는 ‘압박’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전화 통화도 안 한 상태에서 미측에 이끌려 마주 앉았다.
◇G7 계기 3국 정상회담 가능성
정부 안팎에서는 내달 영국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G7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모두 참석한다. 다자무대 계기에 한·미·일이 회동한 것은 전례도 있다. 2014년 3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때도 오바마 미 대통령 중재로 3국 회담이 열렸다. 당시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당초 문 대통령 방미 때 스가 총리를 초청하는 방안도 고려했다”며 “3각 공조 다지기의 완결판으로 정상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