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장병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됐다는 폭로에 “정상적으로 제공됐다”고 해명했던 국방부가 이틀 만에 말을 바꿔 부실 급식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군이 현장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파문 덮기에 급급하다 결과적으로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대규모 감사와 문책을 지시했다. 육군은 부실 급식 논란이 끊이질 않자 아예 부대 급식을 민간 업체에 전면 외주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계룡대 예하 부대에서 ‘쌀밥과 볶음김치, 건더기가 없는 오징어 국’ 등 부실한 식사가 제공됐다는 페이스북 제보가 사실이었다고 했다. 제보는 지난 16일에 올라왔는데, 국방부는 당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됐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부 대변인은 “서욱 장관이 보고를 받자마자 감사관실에 지시, 계룡대 근무지원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육·해·공군 차원에서도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를 대상으로 한 정밀 진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 대변인은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실 급식 논란이 장기화하는데도 일부 지휘관의 인식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최근 종합 대책까지 발표했는데도 장관의 영(令)이 서지 않는 것인지 우려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현행 시스템으로는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돈을 지불하고 먹는 간부 식당처럼 병사 식당도 아예 외주화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특히 전방 지휘관들이 ‘급식 논란 때문에 지휘 부담이 크다’며 외주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는 격리 병사 도시락에 대해서도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을 대량 구매해서 제공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육군은 요즘의 물류 시스템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후방 부대 급식은 물론, 경기·강원 지역 최전방 부대의 급식까지 대기업 등에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기 포천, 강원 춘천·원주 등에 급식 거점 센터를 설립한 뒤 최전방 일반전초(GOP) 지역까지 ‘반조리 케이터링(음식 배송)’을 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만일 그러한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각급 부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취사반은 대부분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군 내에선 ‘급식 전면 외주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7일 부실 급식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하루 8790원인 1인당 병사 급식비를 내년 1만500원으로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병사 1인당 한 끼 급식비(2930원)가 고등학생(3625원)보다 못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외부 업체에 급식을 맡기려면 유통 마진과 인건비(20~30%)를 고려, 급식비를 1만5000원 이상으로 책정해야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급식도 군 군수 기능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외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군 관계자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투식량 재고량을 고려해 야전 취사도 해야 한다”며 “각 부대의 취사 주특기 인원 등은 보존하면서 비상 대비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