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37분간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메릴랜드주(州) 크랩(게) 케이크’를 주 메뉴로 오찬을 함께했다. 앞서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20분간 ‘햄버거 식사’를 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메뉴를 함께 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측에 ‘격식을 갖춘 오찬 또는 만찬’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식사뿐만 아니라 이날 모든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정상회담 전 열린 한국전 참전 용사 랠프 퍼킷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도 참석자 60여 명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거리 두기도 하지 않았다.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여성 기자들은 손 들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자로 호명한 미국 기자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한국 기자단의 첫 질문은 남성 기자가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라고 한 것이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한 한국 여성 기자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성과를 설명해달라”고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한·미 간 백신 협력을 위한 포괄적인 파트너십에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랠프 퍼킷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총리’라고 부르는 실수를 했다. 바이든은 연설 말미에 “한국전쟁은 종종 잊힌 전쟁이라고 불린다”면서도 “한국의 총리(Prime Minister)가 이 행사를 위해 여기 있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한국 국민은 이를 잊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아닌 총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ABC방송과 뉴욕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총리로 부르는 외교 결례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수여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 촬영 때 한·미 정상은 휠체어에 앉아 있던 94세 퍼킷 예비역 대령의 양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