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대북특사(특별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예고에 없던 발표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이미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에도 성 김 대사 발탁은 “깜짝 선물”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응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사는 주인도네시아 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북특별대표 임무를 겸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학 학장을 유지한 채 대북특별대표로 일해 ‘파트타임 대표'로 불렸던 스티븐 보즈워스가 떠오른다”고 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자리는 4개월째 공석이었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해왔다.
성 김 대사는 한국계 미국인 출신의 직업 외교관으로,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주필리핀 대사 시절이던 2018년 5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등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 미국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핵 협상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아는 성 김 대사는 대북특별대표직을 수차례 고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