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제한한 미사일 지침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만 보유할 수 있었다.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나 사거리 2000~3000km 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본격 개발해 적극적으로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처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 무기도 개발할 수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조선일보 데일리 팟캐스트 모닝라이브에 출연,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 사거리 2000~3000km의 초강력 EMP탄(전자기 폭탄·Electromagnetic Pulse Bomb)을 개발하면 핵에 버금가는 한국형 전략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MP탄은 초강력 전자기파를 이용해서 폭탄이 투하되는 지역의 모든 전자 장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폭탄이 터지면 컴퓨터와 휴대폰, 통신장비, 전산설비 등 모든 전자 장비의 작동이 중단된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를 사실상 원시 시대로 되돌리고 경제·행정·군사 등 모든 국가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다. EMP탄의 장점은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지 않더라도 인명 살상을 최소화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 지역 상공에서 EMP탄을 폭발시키면 해당 지역 전체가 마비된다. 정보화 수준이 떨어지는 북한조차도 핵과 미사일 등 핵심 군사 체계가 전자 장비로 작동되기 때문에 EMP탄이 터지면 미사일 공격 체계가 마비된다. 남한이나 미국을 공격하고 싶어도 공격할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중거리 초강력 EMP탄은 20년 내에 개발이 가능하다”며 “EMP탄을 보유하면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 등 주변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공격하거나 위협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북핵과 중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 무기가 된다는 얘기다. 사거리 2000km대면 중국과 일본의 모든 주요 도시와 러시아의 극동 지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게 된다. 중국으로선 이번 미사일 지침 폐지를 내심 상당히 껄끄럽게 여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로선 중국 등의 위협을 받더라도 언제든 대응해 꼼짝 못하게 할 안보 자산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도 언급했다. 특히 대만 해협 발언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중국은 곧바로 “내정 간섭”이라면서 “불장난하지 말라”고 했다. 향후 중국이 이에 대응해 경제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우리에게 쓸 수 있는 보복 카드는 여러가지다.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나 위생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도 있다. 유학생이나 기업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미룰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 방한을 무기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한(對韓) 압박 카드가 과거에 비해, 그리고 당초 우려보다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 센터장은 “과거 사드 보복 때 한국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관광 중단을 비롯한 한한령(限韓令)이었다”면서 “그런데 중국은 이미 그 카드를 다 써먹어 버렸다”고 했다. 또 “어차피 코로나 상황이라 그런 조치로는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힐 수가 없다”며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을 압박할 카드도 많지 않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지금은 중국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한국의 기술·부품 협력이 오히려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공중증(恐中症)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보복에 대해 우리가 쓸 수 있는 보복 카드도 있다. 한국이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수출을 멈추면 중국은 당장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반도체가 우리의 카운터 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이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수 있다. 과거 사드 때처럼 안보주권인 ‘3불(不)’을 내주고 중국에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신 센터장은 “지금 우리 정부가 중국을 달래기 위해 입장을 다시 바꾸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중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방향 전환을 하면 미국의 신뢰마저 깨지면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